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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탑동댁

운산 최의상 2013. 12. 27. 20:56
     
     
      탑동댁 나가 열아홉에 밤재로 시집 왔제, 울 시엄니 그때 서른 여덜이드랑게 첫 새끼 낳던 달 엄니도 시동생을 낳았는디, 씨도둑은 못한다고 통내미에다 눈이 짝 찢어진 것이 언눔이 내 새끼고 언눔이 시동생인지 당최 모르겄더랑게, 그때부텀 마흔다섯 살까정 애기 울음소리 속에서 살었제, 앞서거니 뒷서거니 퍼질러 싼게 워쩔 것이여, 며느리 새끼 나면 당연히 시엄니가 해부간을 혀야는디, 오죽허면 늙은 친정 어매가 와서 뒤치닥거리를 했을라고, 하기사 낳는 것이야 일도 아니제, 밭 매다 낳고 쇠죽 쑤다 낳고 언제냐 읍내 고춧가루 빵구러 가다 방앗간에서도 다 낳아 봤당게, 그 와중에도 호랭이라고 소문난 엄니 여지 없당게, 새끼 낳고 이레 되면 들로 나갔제, 새벽 어둑어둑혀서 새끼들 업고 메고 전답으로 갔다가 달떠야 다리폈당게, 하루는 싱숭생숭 비는 내리고 애기 들어설랑가 붓감자가 먹고 싶어 환장 하것드랑께, 도둑괭이마냥 밑도 안들은 감자를 쩌먹었는디, 엄니 십리코에 덜컥 들켜버렸지 뭐여, 아이고 벌건 부지깽이 들고 쫓아오는디, 밤재 코빼기까지 쫓아오는디... 울 엄니 지금 아흔 여덜인디 나 없으면 하루도 못 살제, 애기마냥 나만 안 보이면 탑동댁 탑동댁 동구까지 고래고래 소리 질러 싼당게, 언제 뭔 일이 터질지 몰라 한 이불 덮고 손 꼭 잡고 자는디 고부간인지는 구신도 모를거여, 접대는 읍내서 감색 바지 사다드렸는디 남새밭 굼벵이처럼 기어 다녀 하루도 못가 후질러 놨드랑게, 한시도 쑤석거려 집에서는 못 배기고 하다못해 썩은 삭정개비라도 끌고 와야 직성이 풀리제, 참말로 나가 서방님 낮빤대기도 못보고 시집을 왔는디, 첫날밤 허성구성 하는 짓이 요상하더라고 알고 본게 벙어리드랑게, 그날따라 쑥국새 쑥국 쑥국 우는디, 폭폭 하게 울어 쌌는디 눈물이 한 양푼은 쏟아졌을 것이여, 불쌍한 서방님 고놈의 목구녕 한번 못 터치고 저승길 갔제, 그런 날 두고 내 아들 병신 아니면 너 같은 것 안 얻었다고 하던 엄니 말 시방도 가슴에 못이 박혔제, 근디 어쩔 것이여 죽으나 사나 나는 울 엄니 없으면 못 살고 울 엄니 나 없으면 못 사니, 이것도 팔자 아녀 살 때까정 토깽이 마냥 도란도란 살아야제 암, 안 그려. 글 : 김선근 낭송 : 이경선 편집 : 송 운 (松韻) 클릭! 송운 사랑방 (Song Woon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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