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보다"… 문학에 미친 '한국문학 1번지
어수웅
문화부 차장
E-mail : jan10@chosun.com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문..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문학, 영화, 출판, 여행 담당으로 주로 일했다. 문화 현상과 트렌드를 분석한 '인기 해부학', 영화 칼럼 '촉촉한 시선', 예인과 문인의 서가를 찾아간 '나의 글 나의 서가', 파워라이터와의 대담인 '북앤수다' 등의 기획 시리즈· 기명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 중이다. 석학 움베르토 에코와의 파리 현지 인터뷰, 소설가 김훈과의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기행, 암 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 인터뷰를 독자에게 전달하며 얻은 보람이 크다.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 TV조선 '어수웅의 문화오디세이' '북잇(it)수다' 출연 및 진행. 현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으로 있다. 고전 읽기의 쾌락을 다룬 책《파워 클래식》을 기획하고 해설을 썼다. 문화야말로 마음과 몸을 확장하는 가장 지혜로운 소비이자 투자라고 믿으며,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욕심으로 텍스트를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기사를 쓴다.
•
['한국 최초 문학 창작 학과' 중앙대 문창과 60주년 맞아]스승 김동리·박목월·서정주·김주영·오정희 등 2500명 배출초유의 학과史 '문창과 60년' 27일 기념행사·기금 1억 전달
"세상의 바보는 전부 모아 놓은 것 같았다."(87학번 소설가 박민규)이 역설적 자조(自嘲)가 이 문학인들의 겸손과 자부를 동시에 웅변한다. 문학에 미쳐 부끄러움도 모르고 평생을 바쳤던 문학치(痴)들. 국내 최초의 문학 창작 전문 학과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전 서라벌예대)가 창과(創科) 60주년 기념식을 27일 오후 6시 30분 중앙대 흑석동 캠퍼스에서 연다.가난한 문인들이지만, 졸업생이 모은 발전 기금 1억2000만원도 이날 학교에 전달한다. 또 학과사(學科史)로는 역시 국내 초유일 '문예창작학과 60주년 이야기'(전 2권·작가세계)도 함께 출간된다. 1권 '한국 문학 1번지―서라벌예술대학·중앙대 문예창작학과 60년 이야기'는 졸업생 2500명, 문인 500명을 배출하며 '한국 문학 1번지'를 자부하는 이 학과의 역사를 담았고, 2권 '문학이라 쓰고 인생이라 읽다'에는 문청(文靑)들의 낭만과 일탈,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 등을 추억하는 에피소드 75편이 들어 있다. 좁게 보면 한 학과의 갑년(甲年)을 축하하는 작은 잔치지만, 넓게 보면 문학이 왜 한 민족과 국가의 영혼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고백이기도 하다.서라벌예대 문창과의 초창기 기틀을 세웠던 김동리(맨 오른쪽), 서정주(그 왼쪽)와 그 제자들. 한국 현대문학의 양대 기둥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은 희귀하다. /57학번 김영탁 국사편찬위원 제공
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눈물과 폭소를 가로지른다. 58학번 김주영은 "여러분의 짐작과 달리, 나를 명색 소설가로 키워준 분은 박목월 선생"이었다고 털어놨다. 부모 반대 무릅쓰고 경북 청송에서 가출할 만큼 '시인'은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스승 목월은 "자네는 운문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며 단칼에 잘랐다는 것. 1학년 때였고, 상처받은 '대학생 김주영'은 군에 자원입대한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군대 시절이었다고 했다.한 세대 후배인 87학번 박민규는 학창 시절을 '바보들의 행진'으로 추억했다. 외상 술값을 감당 못해 몰래 입대하던 과대표를 비롯, 흑석동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사(酒邪)의 주인공은 대개 문창인(文創人)이었다는 것. '오바이트' 자국 선명한 바바리와 야전 상의. 형용사와 조사 하나 못 바꾸면서 입만 열면 세상의 변혁을 떠들고, 취직도 못 하면서 '내가 세상을 거부한' 양 거드름을 피우던…. 그는 "치를 떨며 흘려보낸 과거 시간과 공간이지만, 바보로서 세상을 살피고 견디는 법을 체득했다"며, 그 시절 '바보'들이 사무치도록 보고 싶다고 했다.술과 문학과 인생이 동의어이던 시절을 기념하는 이색 행사도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들이 문학과 인생을 논했던 주점인 흑석동의 '개미집', 안성의 '동인' 주인을 명예 동문으로 모시고, 그동안 밀린 외상값을 대신하여 감사 선물을 증정하는 순서도 마련됐다.문창과 교수진으로는 김동리 서정주 박목월 김수영 김현승 김구용 구상, 등단 문인으로는 김주영 이근배 유현종 송수권 김원일 이문구 박상륭 조세희 한승원 천승세 이동하 유현종 오정희 이경자 윤정모 송기원(이상 미아리 시대), 하일지 최성각 오정국 박상우 남진우 이승하 방현석(이상 흑석동 시대), 구광본 전성태 김종광 박민규 김민정 황인찬(이상 안성 시대)의 이름이 빛난다.대중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도 적지 않다. '토정비결'의 이재운, '가시고기'의 조창인, '남자의 향기'의 하병무, '눈물꽃'의 김민기 등이 이곳 출신이고,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찬옥, '서울 1945년'의 정성희, '다모' '주몽'의 정형수도 여기 출신이다. 76학번 주찬옥은 "소설 연습 시간의 김동리 선생 수업을 잊을 수 없다"면서 "내 습작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얼굴 벌게져서 가슴 쿵쾅거리면서 들었다"고 했다.옛일을 햇빛에 말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말리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60년 기념사업위의 김주영 이근배 오정희 공동위원장은 "문학은 한 민족과 국가의 영혼"이라며 "우리 60년의 전통과 저력이 한국 문학을 넘어 세계의 문학으로 높이 도약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서라벌예대동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라벌예술대학 한국문학 1번지 (0) | 2013.11.25 |
---|---|
[스크랩] 김동리 학장 (0) | 2013.02.20 |
[스크랩] 김동리 문학관에 (0) | 2013.02.20 |
[스크랩] 서정주(徐廷柱 1915~ 2000) (0) | 2013.02.20 |
[스크랩] 서라벌예대 연혁 (0) | 2013.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