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나 좀 늙게 내버려둬!
[중앙일보] 입력 2013.10.31 00:53 / 수정 2013.10.31 00:53
신아연 (재호주 칼럼니스트)
“성형수술 같은 건 하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늙어가야 한다. 나의 노(老)를 허하라!”고 글을 통해 시시때때로 ‘잘난 척’을 했으니 이제 와서 남들처럼 성형수술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만 늙어 보이는 것도 싫다. ‘성형수술, 난 그건 안 한다’라고 결론 내리고 사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다는 뜻이다. 여기를 깎아라, 저기를 꿰매라고 자꾸 ‘지적질’을 하고 ‘충동질’을 해대니 정신 ‘시끄럽고’ 성가셔서 내 인생에 집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젊음이란 20대 청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연령에 걸맞은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한 철학자의 말도 위안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생로병사’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이행을 ‘이탈’하려는 몸부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말이다. ‘소외’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소외란 ‘낯섦’이란 뜻이나 다름없다. ‘낯섦’은 자기 아닌 외부 대상에서 오는 설뚱한 감정, 어떤 것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될 때 발생하는 개념을 말한다. 소외 가운데 가장 무서운 소외는 인간 소외를 넘어 ‘자기 소외’다. 자기가 ‘낯설어’지니 정체도 자존도 허물어진다. ‘존재’ 자체가 위태로운 것이다. ‘남의 눈에 보이는 나’를 좇는 순간 나는 이미 하나의 소비재이자 좌판에 놓인 상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을 상품화해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니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고 안정적 삶을 이어갈 지혜를 얻을 수 없다.
한국 말고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자기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확 뜯어고치고 다 바꿔’버리는 짓을 할 수 있을까. 무서운 생각이고 무서운 일이다. 쌍꺼풀 진 눈, 오뚝한 콧날, 하관 빤 ‘복제인간’들과, 팽팽하다 못해 뻔뻔한 얼굴의 중년들을 마주칠 때마다 난 이렇게 외친다. “나 좀 늙게 가만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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