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시인과 함께 떠나는 명시여행1
봄 같지 않은 봄
이 백
오랑캐 땅에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와도 통 봄 같지 않아요
허리띠 저절로 헐거워진 것은요
몸매를 위해 그리 한 것이 아니랍니다.
올해처럼 을씨년스런 봄이 또 있었을까. 꽃이 피었다 해도 전혀 봄 같지 않은 봄이다. 자연이 병들어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닌 듯.
아무래도 저 서해바다에서 생때같은 우리의 젊은 아들들이 잇달아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이렇게 으스스한 봄이 다행스럽다고나 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은 더욱 음울하고 슬프기만 하다.
천안함의 장병들.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들들. 칠흑 같은 밤에 군함이 깨져서 두 동강이 난 뒤 바닷물에 잠겨 며칠을 보냈던가. 20일 만에 배의 일부가 인양되고 끝내 마흔 여섯 명 모두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그 가운데 여덟 명은 시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오히려 이 봄날이 화창하고 밝았다면 오히려 이상스러웠을 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위의 시는 사연이 들어있는 시이다. 중국 한나라 원제(元帝) 시절. 변경을 자주 넘나드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흉노의 왕(선우, 單于) 호한야(胡韓邪)에게 궁중의 한 궁녀인 왕소군(王昭君)을 시집보낸 일이 있다고 한다. 하필이면 왜 왕소군이었을까. 궁중화가(毛延壽)에게 돈을 주지 않아 궁녀들 얼굴을 그린 화첩에 가장 밉게 그려서 그리 되었다는 이야긴데 아마도 이것은 뒷사람들이 만든 이야기일 것이다.
흔히 이 시는 동방규(東方虯)의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으나 필자가 알기로는 이백(李白)의 작품이다. 동방규란 이름은 당시(唐詩)를 모아놓은 어떠한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일 뿐더러 현지 중국인의 교과서에 이백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터넷에 누군가 그렇게 한번 올린 이후 사람들이 무심히 추종해서 그리 되었지 싶다.
자, 시와 작품, 작가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고 정말로 올해 봄처럼 ‘춘래불사춘’ 그 말,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중얼거린 봄이 또 있었을까? 차라리 이 봄이 얼른 우리들 곁은 떠나가 주었으면 싶은 심정이다. 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연의대완(自然衣帶緩)/ 시비위요신(非是爲腰身) ― 李白「昭君怨」전문
-출처:http://cafe.daum.net/KEAA(재미수필문학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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