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李昇薰
시를 써요
지겨운 지겨운
시를 써요
한 번 더 써요
미래는 벌써 끝났다오
그러니 손을 씻고 써요
이젠 꾹 참고
시를 써요
미열이 인다고
하지는 맙시다
사시나무 떨리듯
떨면서 써요
언덕 너머 언덕 너머 있는
시를 써요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고
오늘은 신나게 꽃이 지고
연구실 뜰에 벚꽃이 지고
바람이 불고 문득 김선생
생각이 나고 전화가 오고
복도는 복도는 고요해도
시를 써요
넋나간 사람처럼
화장실 다녀오다 마주친
그놈 낯짝에 침을 뱉듯이
시를 써요
한번 더 써요
김선생이 전화를 하면
시보다 먼저 전화를 받아요
시느 시는 잠시 쉬고
다시 쓰면 돼요
시방 신나게 떨어지는 꽃잎 같은 시를
문득 외었다잊어버린 단어 같은 시를
원통한시를 개미를
고독을 먹물을 뒤집어 쓰고
벼락 치듯 벼락 치듯
시를 써요 아이쿠
그런 시가 어디 있나 ?
< 현대문학 1985년 5월호에서 >
이승훈(1864~1930)
不 眠
金市宗
잠이 오는 밤은 은혜로운 밤이다.
잠이 오지 않은 밤은 더 은혜로운 밤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ㅇ더 名詩가 있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 있어 名文이 있다.
智者는 남이 다 자는 오밤에 일어나 靈感과 만ㄴ자고
賢者는 남이 덜 깬 새벽에 사색한다.
내가 못 잊을 나의 詩句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고향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은혜로운 밤의 所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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