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論

되살아난 김기림의 현대성

운산 최의상 2014. 4. 28. 08:13

 

     

 

되살아난 김기림의 현대성

  • 이숭원 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
  • 입력 : 2014.04.28 03:02

    '원본 김기림 시전집' 읽어보니

    
	시인 김기림.
    시인 김기림〈사진〉이 낸 여러 시집을 되살린 영인본(影印本) 전집이 나왔다. 박태상 교수(방송대)가 '원본 김기림 시전집'(깊은샘 출판사)을 엮고 해설을 달았다.

    김기림은 다작(多作)의 시인이었다. 그는 장시 '기상도(氣象圖)'에서 드러났듯이 현대성을 지닌 시를 쓰길 원했다. 1920년대의 감상적인 시를 넘어서서 명랑하고 발랄하며 비판적이고 진취적인 시를 쓰고자 했다. 1934~1935년에 이르는 기간은 시인으로서 또 비평가로서 김기림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창작의 황금기였다. 이 시기에 이렇게 다양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한 문학 활동을 보여준 문인은 김기림 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는 조선일보 학예부 기자로도 활동했다. 1936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3년간 일본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귀국 후 조선일보로 돌아온 그는 1940년 8월 조선일보 폐간 때까지 학예부장을 맡았고, 폐간 이후에는 낙향하여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김기림은 '바다와 나비'를 비롯해 시집을 네 권 간행했고 시집 한 권 분량 이상의 미수록 작품을 남겼다. 이번에 출간된 '원본 김기림 시전집'은 이 모든 자료를 원본 형태대로 수록하고 작품마다 시어 주석을 달았다. 김기림 전집은 1988년에 김학동 교수에 의해 6권으로 출판된 바 있다. 그 책은 원본의 표기는 유지하되 작품을 현대식 조판으로 바꾸어 앉힌 것이다. 이것은 무척 공들인 작업이지만 조판 과정에서 시어 표기나 행과 연 구분에 부분적인 착오가 나타났다.

    원본을 사진판으로 제시하면 이러한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가 발표될 때 삽화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면에 배치된 삽화를 함께 보면 시의 내용이 더 포괄적으로 이해된다. 김기림은 시어의 활자 배치나 독특한 시행 배열을 통해 의미를 암시하는 기법도 사용했기에 지면에 인쇄된 시의 형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요컨대 작품을 원본대로 읽으면 그가 추구했던 현대성의 성과와 한계를 더욱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를 원본 형태로 읽는 일이 국문학 연구자들 사이엔 필수적이다.

    '원본 김기림 시전집'은 이러한 우리의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준 작업이다. 이 책이 바탕이 되어 여기 수록되지 않은 자료가 보완되고 더욱 상세한 시어 주해 작업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