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추억의 사진

[스크랩] 영월, 단종과 김삿갓을 찾아서 / 2012.5.24

운산 최의상 2013. 12. 17. 20:25

 

 

2012년 5월 24일 

 날씨가 흐렸습니다.

대전에서 8시30분 출발

영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어 있었어요. 먼길이었습니다.

 

해설을 담당하신 박상일 시인은

늘 그렇듯이 영월에 대한 자세한 사전지식을 주셨습니다.

영월이라는 지명, 단종, 김삿갓에 대하여...

 

 

 

- 단종의 절망을 따라서-

 

 

 

계유정난 후 상왕으로 계시던 단종은

복위운동의 여파로 폐위되어

 1457년 윤 6월 22일 창덕궁을 출발

일주일만인 6월28일 청령포에 유배됩니다.

 

 

 

 

                                                                                                           <단종 어소>

 

승정원 일기에 의거 당시 모습을 재현한 단종 어소

당시에 아무도 들지 못했던 어소에는

1박2일 촬영후 관광객이 몰려

평일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참 기다렸어도 건물만 찍을 수 없었지요. 

 

 전망대에서 보는 서강

 

 

폐위되어 노산군으로 불린 17살 어린 임금이

이곳에 올라 한양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던 곳이라하여 '노산대'라 부릅니다.

 

 그가 서있던 자리엔...

                                                                                             <망향탑>

 

노산대 가는 길에 세워진 돌탑으로

단종이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를 그리워하며

주변의 돌로 쌓아 올렸다는 탑

 

 노산대에서 본 서강 

 

                                                                                   <관음송>

청령포에서 가장 큰 소나무로

단종의 슬픈 모습을 보고,

절절한 울음소리를 들었다하여 관음송이라 불리는 나무입니다.

 

 

<금표비>

 

청령포에서 동서로 삼백척

남북으로 사백구십척 안에 일반인은 함부로 드나들지 말것. 

  

                                                                                                     <관풍헌>

 

청령포가 홍수로 물에 잠기자

관풍헌으로 옮겨 그해 10월 24일 사사되기까지 머무신 곳.

지금은 어느 종교의 포교당인듯 '약사전'이란 현판도 붙어있어요.

당초 관풍헌은 영월의 객사였다 합니다.

 

 

                                                                                     <자규루, 현판은 매죽루>

 

血淚春谷落花紅/端宗 子規詩

 

一自寃禽出帝宮(일자금원출제궁)  弧身隻影碧山中(고신척영벽산중)

假面夜夜眼無假(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궁한년년한불궁)

聲斷哮岑殘月白(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洛花紅(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천롱성마문애소)  何奈愁人耳獨聽(하내수인이독청)

  

피 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혈루춘곡낙화홍)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나온 뒤

외로운 몸 짝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멘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새 소리 그친 새벽 묏무리에 달빛만 희고

피눈물 흘러서 봄 골짜기엔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애끊는 하소연 어이 못듣고

어찌하여 무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들리는고.

 

 

 

단종이 잠드신 '장릉'

 

 이렇게 찍을 수가 없어

안내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릉에서 내려다 본 정자각>

 

단종은 영월에서 넉달 정도 사셨지만,

돌아보면서 느끼기엔 몇십 년을 머무신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릉이 도성 백리를 벗어나 영월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슴 저린 사연이 지워지지 않아서 인듯도 합니다. 

 

 

- 1. 김삿갓의 흔적을 찾아서 -

 

 

난고 김병연의 묘를 오르는 길에

시비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허연머리 너 김진사 아니더냐

나도 청춘에는 옥인과 같았더라

주량은 점점 늘어가는데 돈은 떨어지고

세상일 겨우 알만한데 어느새 백발이 되었네.

 

-샘물을 떠 마시면서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읊은 시-

 

 


還甲宴 환갑연


彼坐老人不似人(피좌노인불사인)  疑是天上降眞仙 (의시천상강진선)
其中七子皆爲盜(기중칠자개위도)  偸得碧桃獻壽筵  (투득벽도헌수연)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여기 있는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 잔치에 바쳤네.


* 환갑 잔치집에 들린 김삿갓이
첫 구절을 읊자 자식들이 모두 화를 내다가.
둘째 구절을 읊자 모두들 좋아하였다.
셋째 구절을 읊자 다시 화를 냈는데
넷째 구절을 읊자 또 모두들 좋아하였다 한다.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는 천 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다.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 (아무래도 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

생시에 둘째 아들이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 김삿갓을  세번이나 찾아 갔지만,

아들 몰래 매번 도망치다가

천상으로 돌아간 후에야 아들과 함께 왔다는

소박한 방랑시인의 묘

 

 

 평소에는 삿갓을 쓰신다는 분이신데,

오늘은 벗었네요.

넘치게 호탕한 음성이 기억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클로버가 피어,

팔찌로 묶은 꽃에서 기막힌 향기가...

 

 묘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김삿갓 문학관도 삿갓을 썼습니다.

 

                                                                                          <문학관 앞의 시비>

 

정담

 

김삿갓: 樓上相縫視見明  다락위에서 만나보니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齬似無情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것 같구나                

 

여인 : 化無一語多情蜜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는 법                

             月不踰墻問深房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김삿갓이 서당에서 신세를 지며 달밤에 밖을나오니 누각에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이 그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시한수를 읊어 주자, 여인이 김삿갓의 시구에 답을 하였다.
 

 

 

  

영월에는 여러번 왔으나 김삿갓의 흔적은 처음 대하는지라

바쁜 중에도 인증 컷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럼 혹시 제게도 시심이 전이될까 싶어서요.

ㅎㅎ ~ 

 

          <점심 식사를 했던 영월 문화예술회관 앞 '만선식당'의 벽화 >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김삿갓을 만나고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대전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여러분, 좋은 시간 되십시요.

 

봄비. 권예자.

 

 

출처 : 해바라기 꽃피는 마을
글쓴이 : 봄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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