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무료(無聊)한 사람에게

운산 최의상 2015. 2. 12. 09:56

 

 

 

 

    무료(無聊)한 사람에게

 

                             최의상

 

 

호수 주위를 뱅뱅 도는 궤도차에

할 일 없이 앉아 물만 본다.

구름은 물감 없는 그림자

바람은 실체 없는 유령

물잠자리 한 마리 파랑을 던지고

부들이 잠시 흔들리다 멈춘다.

한 바퀴 두 바퀴 돌아갈 때 마다

튕겨 나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머리는 생각하면서 호수 중심으로

시선을 집중하며 기억에서 사라진

가장 희미한 그 때를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조리개를 틀어댄다.

묻고 싶다.

그대들 나와 같은 변방의 무료함을

누구에게 말 전해 주었는가

오늘도 궤도차는 호수 주위를 돌고

구름과 바람과 물잠자리와 부들이

호수와 살며

할 일 없이 앉아 물만 바라보는 이를

위하여 유희하고 있다.

별 빛 아름다운 밤도 있음을 기억하라.

 

                             2015.2.12